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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발동무 이야기

맨발동무도서관에서 지낸 이야기를 알려드립니다.
(일상 및 프로그램 후기 등)

제목 [작가강연] 김한민
작성일자 2020-07-15
 




 

전환, 지속가능한 삶으로 가는 길!

[듣다] 첫 번째 강연 - “우리는 연결되어있다!” / 김한민(<아무튼, 비건> 저자)
2020.7.13.(월) 저녁 19:30~21:30
 

7월 13일 월요일 저녁, <아무튼, 비건>(위고, 2018)의 저자 김한민 작가님을 모시고

길 위의 인문학 첫 번째 강연을 열었습니다.

『카페 림보』, 『책섬』, 『비수기의 전문가들』과 같은 그래픽 노블부터
『웅고와 분홍돌고래』, 『사뿐사뿐 따삐르』, 『도롱뇽 꿈을 꿨다고?』, 『STOP』과 같은
그림책과 만화책 작가로도 익히 알려져 있는 김한민 작가는
2018년 출간한 『아무튼, 비건』을 통해

비건이 익숙하지 않은 독자들에게 유용한 길잡이 역할을 하고 있어요.

‘비건Vegan’이라고 하면 흔히들 식습관에 국한해서 생각하기 쉬운데,

이 책을 읽고 나선 식습관을 넘어 윤리적인 삶의 한 양식으로 비건을 받아들이게 된 것 같아요.
도서관 사람들 역시 이 책을 함께 읽은 뒤

많은 생각의 변화를 거쳐,

올해부터는 채식 위주의 점심 식단을 지향하고 있어요.




 
이번 강연이 독특했던 한 이유는,

음악과 함께했기 때문입니다.

강연 시작 전,

동네 가수 이내님이 직접 만드신 <꺼내지 못한 말>과 <나무>라는 노래를 불러주셨어요.

이내님은 얼마 전 경기도에서 진행된 비질(도살장을 방문해 현 육식주의 사회가 가리고자 하는 것을 목격, 기록한 후 이를 더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여 폭력적 현실의 증인이 되는 활동)에 참여하셨다고 해요.

비질 참여 후 만든 노래를 이 자리에서 함께 나누고 싶다는 취지로

만들어진 작은 무대였는데,

하나하나 곱씹게 되는 노랫말은 이번 강연의 주제인

'연결'과도 무척이나 잘 어울렸답니다.


무대가 끝난 후 본격적인 강연이 시작되었어요.

‘시셰퍼드 코리아’라는 단체에 소속되어

최근 몇 년간은 작가로서의 정체성보다 환경운동가로 더 활발히 활동하고 계신다는 김한민 작가.

글과 그림으로 소통하던 작가가

어떻게 해양환경운동가로서 열띤 활동을 이어가게 된 것일까요?

김한민 작가님이 속해 있는 ‘시셰퍼드’는 1977년 그린피스 출신 폴 왓슨이 창립한 국제해양 환경단체이며,
작가님은 이 단체에 가입하신 후 3년 넘게 자원활동가로서 해양환경운동에 참여하고 있다고 합니다.

작가님이 이 길을 걷게 된 건 어느 날 돌고래를 보호하기 위해 타게 된 배(그린보트)에서부터였다고 해요.


 



 

이번 강연의 주제는 ‘비건’의 핵심인 ‘연결/연결감’인데요.
이 연결감을 구체적으로 상상하기 위해서 작가님은 “타자의 얼굴”을 강조하셨어요.

얼굴과의 마주침 한 번이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도 있다는 걸

경험으로 체득하셨기 때문이라고요.

“타자의 얼굴은 하나의 명령”이라고 했던 철학자 레비나스의 말대로,

인간을 포함한 비인간동물들의 얼굴을 마주하는 일은 우리에게 새로운 감각을 부여합니다.
하나의 예로,

타자의 얼굴을 마주한 경험으로부터 한 사람의 인생이 바뀐 사례로 들려주신 이야기가 무척 인상적이었는데요.

시셰퍼드의 창립자인 폴 왓슨의 이야기였습니다.

고래 포획에 반대했던 폴 왓슨.

어는 날 그는 몇몇 동지들과 함께 작은 고무보트를 구해 타고는

거대한 러시아 포경선 앞을 가로막았습니다.
그 과정에서 폴 왓슨은 작살에 맞은 고통으로 몸부림치는 고래의 얼굴을 정면으로 마주하게 됩니다.

가까이 있는 인간을 해칠 만도 하건만,

고무보트에 탄 누구도 해치지 않고 고통 속에서 숨을 거둔 고래의 모습을 본 순간 그는 무언가를 확신하게 됩니다.

고래가 자신을 신뢰하고 있다는 것.

그 신뢰가 사람을 해치지 않고 조용히 숨을 거둔 고래의 행동으로 이어졌다는 것.


 

누군가는 믿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그 순간 고래의 얼굴을 마주보면서 느낀 그 확신에 찬 감정을 잊지 못한 폴 왓슨은

평생 고래를 위해 목숨을 바치겠다고 다짐하게 돼요.
그 후 그는 정말 시셰퍼드 단체를 설립해 국제적인 해양보호활동을 펼치고 있다고 하니,

다짐으로 그치지 않고 실천으로 옮김 그의 행동에 더욱 감동하게 됩니다.


그의 일화가 들려주는 바는 적지 않습니다.
우리 시대의 관심사는 여전히 ‘나’에 머물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자기 자신에게 함몰되어 주위를 둘러볼 여유를 가지기 어려운 사회에 살고 있습니다.

이런 사회 분위기 속에서

타인(他人)만이 아니라 타자(他者-비인간 동물까지 포함)에 대한 관심을 어떻게 만들어내고 유지해야 하는가,

이것이야말로 우리에게 남은 화두이자 우리가 당면한 과제일 수 있습니다.


인간은 누구에게나 타자의 고통에 공감하는 능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 정도가 조금씩 다를 뿐입니다.

가령 타자의 고통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람들의 경우

뇌의 편도체를 뜻하는 아믹달라가 더 크거나 활성화되어 있다고 합니다.

남의 고통에 반응하는 능력은 누구에게나 있다는 말이죠.

작가님은 여기서 중요한 질문은 이런 것이라고 강조하셨어요.

 “어떤 타자를 (더) 도울 것인가?” “가장 절실하고 소외된 타자란 누구인가?”


 

'타자'를 나타내는 자리엔 다양한 사회적 약자들이 들어갈 수 있을 텐데요.

작가님은 이 자리에,

타자 중에서도 가장 최하층을 차지하는 동물을 넣어보면 어떨까,

오늘 이 강연을 수락한 것도 실은 가장 최하위의 타자인 동물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으셔서라고 말했어요.


간디도 말했습니다.

“한 나라의 위대함과 도덕적 진보는 그 나라에서 동물이 받는 대우로 가늠할 수 있다.”고 말이에요.

한국은 과연 얼마큼 타자의 고통에 공감하는 나라일까요?

수치들을 살펴보니

세계기부지수, 환경실천지수, 동물보호지수 등

각종 국제지수에서 한국은 최하위를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여러모로 한국이 나아갈 길은 멀어보였어요.


 



 

이후 공장식 축산과 공장식 수산의 문제점들을 구체적인 데이터와 사진 자료를 근거로 차근차근 설명해주셨는데요.

그 덕에 평소엔 마주하기 어려웠던 육식주의 문화의 불편한 진실을 속속들이 확인할 수 있었답니다.

태어나자마자 알을 낳을 수 없다는 이유로

성별 감식을 거쳐 산 채로 분쇄기로 들어가는 운명을 면할 수 없는 수평아리,

운 좋게 살아났다 하더라도 강제로 부리를 잘리고 좁은 케이지에 갇혀

앉지도 움직이지도 못한 채 비대해진 몸으로 도살될 날을 기다리는 암탉,

스톨에 갇혀 여러 번의 강제 임신과 출산을 반복한 뒤 도살되는 돼지….

이들을 얼굴 있는 존재로 대한다면 일어나기 어려운 일일 거예요.


육식 산업 하에선 생산성을 위해 잔인하게 관리되는 동물들만이 희생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처참한 노동환경에서 착취당하는 노동자들 역시 존재합니다.
육식 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은 생각보다 더 극심한 인권 침해와

불안전한 노동 현실에 노출된 경우가 많습니다.

작가님이 얼마 전 취재하러 간 인도네시아에서 목격한 현장은 가히 충격적이었다고 합니다.
그런 불합리하고 잔인한 착취의 기반 위에서 이루어지는 공장식 축산과 수산의 문제를

우리는 더 제대로 알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작가님은 공장식 산업의 구조와 이것이 야기하는 문제들을 살펴본 후

우리 각자가 저마다 자기 삶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에 관한 이야기도 들려주셨어요.


“우리는 현실을 바꾸기 위해 구체적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


우선,

동물권이나 육식이 야기하는 건강과 환경 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나 영화, 책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가장 가깝게는 유튜브를 통해 관련 정보들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지요.
잘 알지 못하는 것을 파악하기 위해선 기본적인 공부가 필요하듯이,

비건 역시 조금씩 공부하고 알아가려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또 완전하거나 완벽한 비건을 꿈꾸기보다는 비건적인 삶을 지향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말도 덧붙이셨어요.

자신을 너무 완벽에 가두려고 하기보다는,

할 수 있는 걸 설정한 후 최선을 다하는 태도가 비건을 지속하는 데에 더 도움이 된다고 말이죠.

우리의 목표를 ‘더 많은 비건을 만드는 것’에 두기보다

‘모두를 더 비건적으로 만드는 것’에 두기를 제안하는 말씀도 인상적이었어요.

비건을 명사로 이해하기보다 ‘비건적’이라는 형용사로 이해할 때,

완벽에 아니라 ‘최선’에 방점을 두고,

‘적어도 이건 하지 않겠어’라는 최소한의 윤리를 설정하고 지켜나갈 때

우린 조금씩 더 비건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거예요.

책임감이란 무엇일까?
책임감이라는 단어인 ‘responsibility’를 뜯어보면

response-ability, 즉 “반응하는 능력”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음을 알 수 있어요.

책임감은 곧 반응하는 능력인 것이죠.

우리가 알게 된 것들에 대해 반응하는 사람이 되려는 노력에서부터

이 지구를 함께 살아가는 생명체와 자연에 대해, 후세대에 대해 책임감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요?


마지막으로 작가님이 ‘비건’을 시작하는 분들을 위해 당부하신 내용은 다음 두 가지였습니다.
‘같이 할 것’ - 친구 한 명이라도, 누군가와 같이 시작하기!
‘천천히 할 것’ - 자신의 속도에 맞춰 천천히 시작하기!
 
비건 지향인의 삶을 향해 한 걸음 더 내딛는 계기가 되는
뜻 깊은 강연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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