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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발동무 이야기

맨발동무도서관에서 지낸 이야기를 알려드립니다.
(일상 및 프로그램 후기 등)

제목 [2021 길위의인문학] 1차
작성일자 2021-11-03
8월 8일 일요일,
2021년 길 위의 인문학 첫 모임이 있었습니다.

지난 해는 ‘전환’이라는 주제로 길 위의 인문학 프로그램을 진행했었는데요,
올해는 '공존의 연결술사' 라는 큰 주제 속에서
이정호·손유진·황경미 강사님과 함께 6주간
도시인의 공존의 삶을 함께 질문하고 공부하는 시간을 가져보고자 합니다.
 
오전 10시(1기)와 오후 2시(2기)에 모임이 진행될 예정이에요.
 

 
1기, 시작!
작년에 길 위의 인문학에 참여했던 분들로 구성된 1기 팀!
1년 여 만에 다시 만나 반가운 안부 인사를 나누며 첫 모임을 시작했습니다.
올해도 부산온배움터 활동가인 이정호 강사님과 함께 길 위의 인문학 강좌를 출발합니다~
 
“작년에 이어서 맨발동무도서관에서 프로그램을 만들어주시고 또 불러주셔서 너무 기쁘고 설레는 마음으로 왔습니다.
설레서 잠을 좀 설쳤지만, 그래도 오늘 아침에 일어나서 예쁜 옷도 챙겨 입었어요.
올 초에 이 프로그램 이야기할 때는 8월이 까마득히 멀었는데, 금세 시간이 다가오더라고요.
올해엔 어떤 이야기를 할까 생각하면서 지냈는데, 참 좋았습니다.
저는 작년부터 올해 초까지 마음이 많이 좀 가라앉고, 우울하고 부대끼는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요.
그러다 최근 몸까지 탈이 나 허리디스크가 심해지는 바람에 ‘아이고, 모르겠다. 될 대로 되라’ 이런 마음으로 지냈습니다.
어쨌든 오늘 이 시간을 준비하면서 몸도 다시 치료하고 돌보며 이 자리에 왔어요.”
 
이어서 강사님은 양산 덕계 마을에 모모의 정원이라는 넓은 들판에서
마을 분들하고 밭농사, 논농사 지으며 지내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하셨습니다.
강사님의 별명은 ‘호야’ 또는 ‘호수’라고 하셨어요.
아버지께서 아들이라고 생각하고 지어두고서,
태어난 후 성별도 보지 않고 바로 등록한 이름 ‘이정호’는
‘맑을 정’자와 ‘호수 호’가 합해진 이름이라고 해요.
스스로 정한 별명인 ‘호야’는 호수와 들판처럼 살아가고 싶어서 지은 거랍니다.
 
“마을 운동가, 활동가 이런 정체성을 가지고 살다가 내가 왜 이렇게 살고 있을까,를 깊이 들여다보다 보니
내가 사는 마을에서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과 잘 지내고 싶은 욕구가 크다는 걸 알게 됐어요.
요즘은 친구가 연결술사라는 단어로 명명을 해줘서, 연결술사라는 정체성으로 나를 소개하는 걸 좋아하고 있어요.”  



 
 
여는 시와 노래
강좌를 시작하며 슈타이너의 <평화의 춤>을 ‘여는 시’로 함께 읽었습니다.
참여자들과 함께 낭송하는 시와 노래로 마음이 환기되는 기분이었어요.
 
<평화의 춤> _슈타이너
마음 속 바람이 움트고
의지의 행동이 자라나며
삶의 열매가 여물어 갑니다.
내 운명을 느끼며
나의 운명이 나를 찾아냈습니다.
내 별을 느끼며 나의 별은 나를 찾아냈습니다.
내 목표가 느껴지며 나의 목표가 나를 찾아냈습니다.
마음과 세상이 하나가 됩니다.
삶이 내 주변에서 더 밝게 빛나며
때로는 힘겹기도 하지만
삶은 내 안에서 더욱 풍요로워집니다.
 
<세상에서 가장 귀한 것> _김희동
세상에서 가장 귀한 것은 무얼까
꽃들일까 밝은 햇살일까
사랑하는 가족일까 나의 꿈일까
소박하게 사는 삶일까
그 모두가 내게는 진정으로 소중해
어느 하나 빠뜨릴 수 없는데
나의 작은 하루를 빛나게 하는 것을
내 마음에 고이 간직하리
그런데도 하나만을 고르라하면
나에게 그 하나가 있지
소중한 것 찾고 싶은 나의 이 마음
이 마음을 잃지 않으리
 



 
 
토크피스_ 자기소개
여는 시를 함께 읽고서는 조금 특별한 참여자 소개 시간이 이어졌어요.
실 뭉치를 바통 터치하듯 넘겨주면서
‘연결’이라는 키워드로 떠오르는 이야기나 삶을 간단히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지난 1년을 어떻게 보냈는지, 또 오늘 모임엔 어떤 마음으로 참여했는지 이야기 나누며 실타래를 이어갔습니다.


 




 
이정호 : 허리디스크를 앓는 중이에요. 둘째 낳고 1년에 한 번씩 주기적으로 허리에 문제가 생겼어요.
그 후로 3, 4년은 크게 문제없이 지냈는데 최근 심해졌어요. 제가 올해 만 사십이 됐습니다.
마흔이 되면 자기 마음속의 질문들을 찾아서 순례를 떠나거나 걸으면 좋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저도 정말 한 40일 어디 가서 걸어야 되나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저한테 와 있는 과제들에 답을 못 찾겠는 거예요.
열심히 뭔가를 좇으며 살아온 것 같은데, 잘 살아왔는지 의문이 많이 들면서 길을 못 찾겠는 마음이 들었어요.
우울 속에 있다가 주변 분들의 도움으로 괜찮아졌다가 그러고 있어요.
마음하고 몸이 많이 연결되어 있는 것 같다고 느껴요.
이건 나에게 온 나의 과제이니까 혼자서 풀어가야 한다는 마음으로 상반기 고군분투를 했는데,
통증이 너무 심하게 오면서 한편으로는 마음이 가벼워지더라고요.
아프다고 호소를 하다 보니 내 힘으로 열리지 않던 막들이 열리는 것 같았어요.
고통이 주는 깨달음이 있구나, 그게 되게 크구나, 라는 걸 느끼며 제 삶, 몸, 마음을 돌아보며 지내고 있습니다.
 
포로리 : 저와 강사님의 연결점은 허리가 아닐까 해요. 저도 요즘 몸이 안 좋거든요. 어떤 면에선 반갑기도 했어요.
아파도 일상의 변화가 있으면 안 되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은데,
아프다고 드러내놓고 이야기하는 분을 보니 속이 시원한 느낌이 들었어요.
최근에 몸이 안 좋아져서 전환을 더 자주 생각해보게 됐어요.
저에게는 두 가지 요구가 있는데, 하나가 자본주의적인 요구예요.
또 하나는 이 모임과 같은 자극을 내 삶에 지속적으로 주면서 기존의 삶을 전환하라,는 거예요.
이 두 가지가 계속 같이 들어오는 것 같아요. 그런데 몸이 어느 쪽으로 가야 할지를 결정하는 것 같아요.
길 위의 인문학 홍보지에 동그라미 모양이나 연결술사라는 단어가 이제 보이기 시작해요.
이런 삶을 앞서 공부하신 분이 제안해놓았구나 싶어요.
계속 성장하는 직선적인 삶에서 순환적인 삶으로 가라는 때가 온 게 아닌가.
스스로에게도 약간 여유를 주고 삶의 다른 방향도 돌아봐야 하는 시기가 아닐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후에 양산에서 하는 공부 모임도 신청했는데,
저한테 약간 과부하가 될 것 같아도 내가 아는 만큼만 시작하는 게 중요하겠다 싶어요. 그런 생각으로 여기에 와 있습니다.
이런 걸 처음 접했을 때보다 얼마나 내가 달라졌나, 성장했나 생각해보면 아주 미미하긴 한데
그래도 저 노래 가사처럼 이쪽으로 자꾸 가는 마음이라든지, 찾고자 하는 마음이 끊임없이 생기고 있다는 걸 느꼈습니다.
그런 게 더 명확해지고 내 안에서 견고해지면 좋겠다 싶습니다. 열심히 들어볼게요.
 
김윤경 : 1년 전에 제가 마을 분들하고 길 위의 인문학을 처음 신청해서 얼결에 듣게 되었어요.
마지막 탐방 모임 때 정호 쌤 집에 가서 산양유 마시면서 좋은 시간 보냈던 기억이 나는데, 그게 이렇게 연결될 줄 몰랐어요.
산성 마을에 살면서 집 앞 텃밭을 했는데 그게 작년에 생태수업으로 이어졌고요.
길 위의 인문학 하던 때 마을에 텃밭 동아리가 생겨서 갔고, 거기서 모모의 정원에 갔더니 모모 장이 또 정호 쌤이고.
선생님이랑 우연한 만남이 계속 이어지는 거예요. 선생님은 잘 모르지만 저는 여러 번 본 거예요.
선생님이 제 삶 속에 연결되어 있는 느낌이었어요.
얼마 전 마을에 공동체 설명하러 정호 쌤 남편인 상병 쌤이 오셨어요.
자꾸 정호 쌤이 떠올랐어요.
정호 쌤이랑 나랑 농사로 이어졌는지 뭐로 이어졌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내 삶이 정호 쌤이랑, 또 우리 마을이랑 덕계 마을이랑 이어져 있는 게 아닌가.
삶이 이상하게 연결되어 있는 느낌이 나쁘지 않고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김주영 : 이번 주에 제가 청년 학교 요리 수업과 나유타에서 일하는 걸 함께했어요.
피곤이 쌓였는지 오늘 눈 뜨니 시간이 늦어서 지각을 했고요.
그래서 도서관 갈 시간도 없어서 이 책을 못 빌렸어요.
서동 도서관이 그나마 환경 파트 책이 많아요.
계획은 아홉시에 가서 빌리고 느긋하게 버스에서 보면서 와서 얘기 나눠야지 했는데 망했어요.
왔는데 사람이 많네요. 좋은 것 같아요. 겹치는 분도 계시고 처음 보는 분들도 계시고.
저는 장전동에 나유타 카페라고 비건 식당하고 있고요.
들어보니 연결 얘기하고 있는 것 같은데, 저도 장난 겸 농담으로 내가 코가 잘못 꾀었구나, 생각하거든요.
제가 지금 서른다섯인데 삼십대 절반을 나유타에서 보내고 있구나, 그런 생각이 들어요.
코로나 터지고 여러 문제로 가게에 많이 찾아와주세요.
그전부터 호야 쌤을 알고 있었고, 그러고 나서 부산온배움터 청년 대안활동가 양성과정 듣고, 그때 탐방 온 게 이 도서관이었어요.
그게 2년 전이고. 그때 또 탐방하러 간 게 울산에 민들레 쌤이었어요.
제가 수업 교재인 이 책(『근대문명에서 생태문명으로』, 김종철 저)을 못 읽었는데,
지금 저는 소로의 『월든』을 읽고 있거든요.
온배움터 청년 대안활동가 양성과정에서 그때 제가 『녹색평론』이라는 책을 처음 알게 됐어요.
표지 그림이 너무 마음에 드는 거예요.
이 책도 두껍지만 한 번 잘 읽어보겠습니다.
 
박미정 : 사실 제가 좀 비몽사몽이에요. 어제 조금 비상이 걸려가지고 밤새 있다가 업무 좀 정리하다가
6시에 퇴근해서 2시간 정도 눈 붙이고 왔어요.
저는 오늘 그림자처럼 조용히 듣고만 있다 가야겠다 생각했는데, 이렇게 오니까 이 공간에서 받는 에너지가 있는 것 같아요.
제 1년을 돌이켜 보면 작년에 이 프로그램을 신청했다가 초반 강의 다 놓쳐서 이정호 선생님을 지금 처음 봬요.
저도 산성마을 사는데, 상병 쌤 보고, 선생님 얘기를 되게 많이 들어서 늘 궁금했어요.
마을에 아침 일찍 산책하는 분이 있어요.
그 전엔 현실에 안주하면서 에너지도 부족하고 그래서 시작 못하고 있었어요.
근데 만나고 나니까 하고 싶은 용기도 생겼습니다.
지금은 여러 가지로 좋아요. 결국 삶이라는 게 나를 찾는 것도 있지만,
이런 삶도 저런 삶도 소중한데, 너무 에너지나 시간이 한정되다 보니까 뭔가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는 강박이 생기는 거예요.
근데 저 시를 보니까 소중한 건 여러 가지가 있다는 것,
그 순간순간 그냥 소중한 걸 선택하면 되구나 그런 생각이 들면서 위안이 됐어요.
연결이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습니다.
 
김미숙 : 이거 시작하려고 하니까 일을 하게 됐어요.
한 1년 반 쉬다가 8월부터 다시 일을 하게 됐는데 이번에 갈 때는 다른 마음으로 살아야지, 그런 마음이 들었어요.
좀 단순하게 일을 해보자 하는. 마음이 좀 단순해지면 참 좋겠다, 그런 마음을 먹고 지금 그 공간에 가서 일을 하고 있어요.
작년에 1기 끝나고 나서 오늘부터 같이 작은 텃밭하고 있는데 요즘은 흙이라는 것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됩니다.
농사짓는 사람들이 비가 안 오면 왜 동동거리는지, 그런 마음들을 알 것 같아요.
요즘 한참 그렇잖아요. 텃밭을 조금 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흙이랑 식물들의 마음이 자꾸 보여요.
그게 사람을 좀 부지런하게 만드는 것 같아요.
얘들이랑 나랑 연결이 되는 것 같다는 생각도 많이 들어요.
텃밭에 가면 기분이 좋아요.
알 수는 없지만 그냥 기분이 좋고, 그 공간에 그냥 서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요.
어제 저녁에 물을 엄청 주고 왔는데 비가 왔어요.
같이 하시는 분들이랑 호수를 연결해서 물을 주고 왔는데. ‘아, 하늘이 알았구나.’
그래서 오늘 아침에 올라오다가 씨앗 좀 심고 왔는데 되게 기분은 좋아요.
얼마 전에 제 지인의 반려견이 무지개다리를 건넜어요.
그러면서 느끼는 게 지인의 슬픔도 반려견이 죽은 것도 무지개다리를 건넌 것도 이런 일상을 서로 이야기하면서
생명이라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게 된 거예요.
혼자의 슬픔이나 아픔이 어떻게 해서 같이 이야기 들어주고 서로 이야기하고, 그런 것들을 나누고.
되게 좀 알 수 없는 저도 그런 치유가 된다고 해야 하나.
어제 저녁에도 그런 얘기를 좀 했는데. 마음을 나누는 사람이 주위에 있다는 것이 참 좋은 일이다.
좋은 일뿐 아니라 나쁜 일도 같이 들어주고 다독거려주고, 그게 사는 거지 뭐, 이런 생각을 하는 때예요.
아침에 잘 일어나지 못하고 게으름 피우는 사람이긴 한데, 일찍 일어나서 이 수업은 오겠다, 이런 마음이 들었어요.
같이 할 수 있어서 좋고, 선생님 다시 뵈어서 반갑습니다.
 
박현정 : 저는 조금 생각이 많아요. 내가 잘 살고 있나. 애들이 다 크고 나면 약간 슬프기도 하고요. 갱년기 같은 걸까요.
이정호 샘 나이 들으니까 나는 40대 때 허리도 안 아팠던 것 같고, 나한테도 마흔이 있었구나, 하면서 옛 생각이 많이 났어요.
계속 이 사회를 살아가는데 불안한 거예요. 이런 공부하는 공간을 가지 않으면 내 마음을 사로잡는 두려움이 많아요.
그래서 자꾸 어딘가에 오게 되는 것 같아요. 책은 못 봤고, 마을 분들이 굉장히 좋다고 얘기해서 저도 책을 사서 보려고 해요.
어제까지 딸이랑 산성마을에 사는 곰팡이랑 그동안 쌓였던 책의 먼지가 너무 붙어서 집 청소를 싹 했어요.
묵은 짐을 정리해서 버렸어요. 책들을 정리하며 지난 시절 읽은 책을 보는데,
자연, 생태 책을 읽으면서도 그땐 왜 책 이야기로만 읽었을까,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수십 년 전에 그런 책이 나왔을 때엔 책 속 이야기라고만 생각하거나, 나의 감수성을 건드리면서 존재했던 이야기라고만 생각했는데.
작년에 코로나가 터지면서 마을 사람들이 뭔가 해보자 했을 때.
이제는 정말 행동하지 않으면 안 되고. 이제는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짐정리하면서 옛 생각이 많이 지나가더라고요.
좀 마음이 힘들고 할 때, 이렇게 마을 사람들을 만나면 오래된 사람들이 좋은 거예요.
예전에는 너무 많이 알아서 싫었다고 하면, 이제는 마을에서 길을 가다 만나면 수다 떨고 싶고.
그래서 든든한 친구 이상으로 이렇게 좋은 사람이 곁에 있는 게 참 좋구나 생각해요.
한편으로는 저도 포로리처럼 자본주의에 대한 감각이 올 초에 생겼어요.
저는 작은 것이 아름답다고만 생각하고 그렇게 살았는데, 막상 살다보니 자본이 필요하구나.
자본이 있어야 곰팡이 있는 집을 떠나서 이사 갈 수 있고,
하고 싶은 일을 위해 지금 하는 일을 그만둘 수도 있다,
이 두 가지가 공존하면서 계속 찾고 있는 중인 것 같아요.
몇 달 전 읽었던 책에서, 생태적으로 지은 집에서 살거나,
몸에 좋은 유기농 음식을 먹는 게 생태적으로 산다는 게 아니라,
자신의 내면뿐 아니라 이웃을, 지구를 치유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게 생태적으로 사는 것이라고 하더라고요.
또 자본이 필요할 때가 된 것 같아서. 또 일을 해야 하나, 그런 것을 계속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는 상황에 여길 오게 되었습니다.
 
김영애 : 이번 주가 휴가였어요. 제가 집을 내 놨어요.
집이 좀 물도 새고 오래 살아서, 낡고. 공사를 하려고 하다가 나가려고 마음먹고 집을 내놨는데 구석구석에 먼지, 벌레….
공사하면서 집이 엉망인 거예요.
일주일 내내 치우고 버리고. 지난 4일 동안 쉬지 않고 일했는데 너무 힘들었어요.
그리고 백신 맞고 와서 너무 아팠어요. 오늘은 안 아파요.
책도 못 구하고 못 읽어 와서 무거운 마음으로 왔는데, 시작하면서 노래도 알려주고 그래서 마음이 좀 편안해졌어요.
예전에 일 같이 하던 친구가 나가니까 허리가 아픈 거예요.
정신적 충격을 받고 허리가 아파서 엄청 고생했었어요.
정신하고 몸하고 모든 게 연결돼 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내 주변 환경, 주변 사람들이 너무 소중하다는 걸 깨달았어요.
앞으로 계속 나이를 먹을 건데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계속 얘기하면서 배우고 싶어요.
 
너머 : 저도 사실 허리디스크거든요.
저는 처음 뵙는 분들이 많아서. 작년에 2기 들었던 이지현입니다.
저도 그 수업 듣고 난 이후로 1년 정도 지났어요.
무슨 변화가 있었지 생각해봤는데,
저도 듣고 나서 도서관에 ‘맨발의 청춘’이라는 독서 모임을 하게 되었고.
온배움터랑 연결되어서, 탐방으로 갔던 모모의 정원의 텃밭 친구들 만나, 처음으로 밭을 만들어봤어요.
거기서 퍼머컬쳐로 연결되기도 했고요.
이렇게 계속 연결되면서 지낸 것 같습니다.
여러 군데 연결 되다 보니까 다들 닉네임을 가지고 계시더라고요.
저는 제 이름이 흔한 이름이어서 더 그런 걸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뭘로 할까 하다가 산 너머라고 할 때 ‘너머’라고 지었어요.
작년 길 위의 인문학 첫 모임 때, 『향모를 땋으며』를 읽으면서 물푸레나무로 바구니 만드는 부분을 함께 읽었어요.
그때 저희가 질문을 종이에 써서 익명으로 질문을 쓰면 랜덤으로 누가 골라서 답해주는 시간이 있었거든요.
그때 제 질문이 “손으로 만든 것은 왜 기계로 만든 것보다 완벽하지 않은데 아름답게 느껴질까요?”였어요.
그걸 뽑으신 분이 답을 하면서 “‘그 너머’를 보기 때문이죠.” 라고 답해주셨는데,
그 얘기를 들으면서 되게 황홀했어요.
그래서 ‘너머’로 이름을 짓게 됐어요.
그때 다니던 회사를 나와서 지금은 새로운 것들을 시도해보며 지내고 있어요.
이 흐름대로 살 때도 제가 주체적으로 좀 선택을 해야 될 것 같기도 한데,
그런 거 없이 너무 흘러가는 대로만 살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그런 고민도 하고 있는 요즘입니다.
 
수페 : 저는 작년 이후로 삶이 많이 달라졌어요.
작년 길 위의 인문학 듣던 시기가 전환의 시기였는데, 그 1년 후에 너무 많이 달라져서 정체성에 혼란이 왔어요.
나는 누구인가, 어떤 사람인가. 이전의 삶은 기억이 안 나고 너무 급변한 느낌이에요.
제가 기존에 가진 자격증이 있는데 그걸 국가자격증으로 전환하기 위해서 해야 할 일이 있어요.
그걸 이수해야 하는데 하나도 듣기 싫은 거예요.
그걸 보고서 스스로 너무 많이 달라졌다고 생각했어요.
그 일을 하려면 진짜 중요한 자격증이고, 그 일을 하기 위해서 모두 듣는 강의거든요.
저와 같은 상황이면 그걸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하기가 싫더라고요.
연결이라는 단어 드는 순간 먼저 떠올랐던 게 얼마 전에 산성에 계시는 분들과 여행 갔던 이야기예요.
마을 사람들과 1박 2일로 여행을 갔어요. 무작정 따라간 건데, 갔더니 본 적도 없는 사람들이 있었어요.
오래된 숲에 간다는 거예요. 가서 보니 숲이 아니라 민박집이더라고요.
거기서 그날 동물권에 관한 집회 모임이 있었는데, 거기서 눈에 많이 띄는 사람이 한 사람 있었어요.
근데 보자마자 정청라 씨가 생각나는 거예요.
장흥에서 그 사람을 만날 리가 있을까. 생각하면서 뜬금없이 물었어요. 근데 맞다는 거예요. 너무 놀랐어요.
정청라 작가님 덕분에 이정호, 채상병 샘이 결혼하게 되었다고요.
이 연결은 뭐지? 이 연결과 조합은 뭐지.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그다음 코스가 동학 격전지였는데, 동학에 관한 설명을 스님이 해주셨어요.
그 스님이 알고 보니까 일주일 후에 주역 공부하는 선생님과 관계된 분이더라고요.
인문학 공부하는 팀이 와서 또 만났는데 공부 주제가 일리치였어요.
그날 밤에 한살림 얘기하다 보니 무위당 이야기가 또 나왔고요.
이 책에 보면 일리치, 무위당 이야기 다 나오잖아요. 생태문명으로까지 연결이 되고요. 이상한 느낌이에요.
관심 있는 데 끌리는 대로 가다 보니 이렇게까지 되구나.
그런 생각이 들면서 이전에 겪어보지 못했던 곳으로 이끌려간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소름이 돋기도 하고. 이렇게까지 연결되는 것들이 놀랍고 무섭기도 해요.
사실 이 책은 작년에 샀어요.
뭔가 사람이 강한, 자기가 요구하는 게 있으면 그쪽으로 길이 열린다는 생각이 들어요.
정말 힘들게 퍼머컬쳐 수업을 신청했는데, 그걸 하기 위해 기존의 제 삶 몇 가지를 포기했어요.
이 연결이라는 게 기존의 삶에서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라면 저에겐 그 끌린다는 기준이 편한 거였어요.
더 호기심이 가고 더 즐겁고. 내가 정말 더 그런 것에 관심을 가지고 가다 보니까 그쪽으로 문이 자꾸 열린다는 느낌이에요.
이전에는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세계예요.
작년에 모모의 텃밭 안 해봤다면 자연에 대한 감각은 열리지 않았을 거예요.
좋은 건 알지만 내 삶과 직결되지 않았다고 한다면,
내 손으로 땅을 보고 흙을 만지니까 감각의 세계가 달라지더라고요. 자연과 함께하면서 그런 걸 느꼈습니다.
 
동글이 : 저는 오늘 이상하게 예전 생각이 떠오르면서 ‘연결’이라는 말을 들으니 눈물이 났어요.
감동이 몰려 왔고요. 그때 그 감정이, 그래서 내내 눈물이 나는 거예요.
감정을 덮었다고 그때는 생각했는데. 지금도 연결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그 감정이 나오는 것 같아요.
막내가 넷짼데, 아들 낳고 공동 육아했거든요.
거기서 몇 년 일했어요. 일을 하고 나오다 보니까 그때 학부모들하고 협동조합이란 걸 만들었어요.
행복마을에서도 사람들이 같이 하는 게 있어서 양쪽에 총무를 만들어서 같이 연결시키려 노력을 했어요, 3년을.
예산이 있다고, 그 예산으로 이런 공간을 하나 만들 수 있다는 얘기를 하셔서요.
정말 회의도 많았고 그걸 양쪽 다 걸쳐서 3년을 하니까 몸이 좀 아프더라고요.
제가 좋아하는 사람을 한 명 보내기도 했고요.
그게 떠오르면서. 그때 그 감정이 왜 그랬을까, 그런 생각이 많이 들더라고요.
그때 멋모르고 고군분투하면서 많이 뛰었던 게 사람들하고 연결되고 싶었던 마음이었구나.
그런 생각이 들면서 그런 마음이 드는 것 같아요.
그때 다 놓았어요. 안 놓으면 내가 못 살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마을에 살고 있으니까 마을 사람들과 같이 하게 되는 그런 것들이 좀 생기면서.
사람들도 건강하고 나도 건강해야겠고. 사람들은 10년 넘게 같이 있으면서 산책도 한 번 안 했구나.
애들 키운다고 바빠서. 농사도 지금은 잘 짓고 있어요.
 
최현영 : 작년 2기로 참여 했고. 작년에 했던 사람은 1기 하라고 해서 신청했어요.
공간은 집 같은 공간인데 낯선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게 조금은 긴장되기도 하고.
편할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 이야기를 듣고 있었어요.
좀 무리하게 생활을 한 것도 같고, 나를 좀 돌보지 않은 것 같고.
의무감 때문에 휩쓸려서 일하고 있어서.
밴드나 카톡에 올라오는 홍보물을 봤을 때 나도 모르게 신청하고 있는 내 모습을 보면서.
내가 이걸 꼭 했어야 하는 강좌였나. 이런 생각하면서 생활하고 있는데.
그럼 이제 홍보물을 안 봐야겠다. 안 봐야 신청을 안 하지.
나도 누군가와 어느 장소와 연결되고 싶은 마음이 있었나 보다,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처음에 여는 시나 노래를 보면서 모든 사소한 것 보는 것 먹는 것에 대한 감사함이 없거든요 요즘.
감사함도 감동도 없고. 제 감정이 메말라간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그 시랑 노래 보면서 내 얘기인 것 같다.
내가 저런 상태인 것 같은데? 오늘 이 모임 오면서도 할 일을 너무 많은데, 나는 쉬어야 한다, 일이 왜 자꾸 생기지.
하면서 일은 안 하는 거예요. 할 일은 쌓여 있는데 안 하면서, 나 안하고 싶어, 할 일은 많아 안하고 싶은데.
이런 게 반복되는 거죠. 아이들도 어려서 사춘기도 오고 있고.
내 가정은 평화로운가. 나와 내 가족은 잘 살고 있나 이런 고민하면서 살고 있는 것 같다.
아직도 고민하고 있고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요즘 다른 사람 이야기 들으면서 생각한 게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살아야지라는 강박에 대해 생각했다.
그게 정말 좋은 건가? 그게 맞는 건가, 라는 생각이 좀 드는 것 같아요.
요즘은 일은 좀 정리를 하면서. 내가 어떤 일을 해야 되는지 거기에 좀 집중을 해야 되겠다. 그런 생각이 좀 들어요.
도서관에 처음 와서 자존감을 회복하는 그런 시기였는데 그때 정말 많이 울었거든요.
얘기만 하면 눈물이 나는 거예요.
그렇게 한참 울고 나서 되게 괜찮았거든요.
내가 자존감도 살렸고 괜찮은가 보다 생각했는데 요즘에도 얘기만 하면 울 생각이 없는데 눈물이 나는 거예요.
뭔가 쌓여 있는데 풀리지 않나 보다 싶고. 마을활동가로서 활동하면서 나중에 남는 건 뭘까.
주변에서 너 그렇게 열심히 해도 남는 건 없을 수 있어, 그러니 너무 올인하지 마, 그렇게 해야 하는 사람도 있어요.
요즘 같은 자본주의 세상에서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려면 자본도 있어야 하는데.
그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고. 아직 정립되지 않은 것 같아요 제 삶이.
열심히 살아야 해라는 생각들이 이제 좀 정리가 돼서 편안하게 마을 활동도 하고 싶고 제 개인적인 생활도 하고 싶고.
 다른 사람을 얘기 들어 보니 다들 고민이 있고.
어떤 방법, 연결 고리를 찾고 있는 것 같은데.
힘들지만 이 기회를 통해서 내가 뭘 원하고 어떤 삶을 원하는지 그려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요즘 해요.
 
이정호 : 이야기 같이 들으면서 최근에 제가 마주하고 있었던 두려움 그런 것들이 저도 떠올랐어요.
요즘 이제 50대 선배님들하고 만나서 이야기하거나 하면. 이런저런 얘기 많이 해주세요.
공동체 하지 말란 얘기도 하시고. 여러 얘기를 해주시는데.
그 모든 것이 다 물거품이 돼버릴 것 같은. 그런 두려움이 제 안에 있구나. 그런 마음들.
근데 제가 이 책을 저도 작년에 처음 봤습니다.
남편이 녹색평론으로 공부 해 나가는 걸 봤고, 20대 때부터 책이 제 곁에 있었지만 별로 좋아하진 않았어요.
김종철 선생님을 몇 번 강의 듣고 했는데, 저렇게 날선 분이 이 세계에 계시다는 건 너무 감사한 일.
너무 똑똑하고 지성적이고. 저한테 없는 것들을 정리해주셔서 너무 좋은데 잘 읽히진 않더라고요.
그냥 지나고 살았는데 작년에 돌아가시는 과정 속에서 다시 조금 보면서 치열하게 사셨던 분들이 그건 물거품이 아니야.
계속 우린 살아가야 해, 라고 끝까지 이야기하면서 가시는 거 보고 너무 마음에 용기가 되는 거예요.
저도 용기를 내서, 두꺼운 책을 읽었어요.
근데 그 전에는 읽었으면 그냥 지나갔을 것 같은데.
선생님 가시고 나서 읽으니까 한 문장 한 문장 너무 깊이 마음에 와 닿고 나누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밑줄을 다 치면서 읽고, 이 책을 가지고 몇 번 모임을 했어요.
 
 
근대문명에서 생태문명으로
긴 자기소개 및 지난 1년 살이를 나누고서는
강사님이 준비해 오신 엽서를 나눠 읽었습니다.
작년 강사로 참여하셨던 강수희&패트릭 감독님의 다큐 <자연농>의 장면들이 담긴 엽서였어요.
엽서에 적힌 키워드대로 『근대문명에서 생태문명으로』의 일부분을 읽어보았습니다.


 



 
 
씨앗주머니 만들기
마지막으로 씨앗 주머니도 함께 만들어보았어요.
짧은 글이 담긴 포스트잇, 여러 종류의 씨앗들을 감싼 천을 실로 묶었습니다.
완성한 씨앗 주머니를 모아 나눠 가지는 걸로 첫 모임을 마무리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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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기 모임은 길 위의 인문학에 처음 참가하는 분들로 꾸려졌답니다.

여는 시_ 그림책 <비에도 지지 않고>
2기 모임에서는 여는 시로
미야자와 겐지의 <비에도 지지 않고>를 만났는데요.
이 시를 노랫말로 만든 동네 가수 이내의 ‘비에도 지지 않고’를
이정호 강사님의 목소리로 들어보았답니다.

<비에도 지지 않고>
비에도 지지 않고 바람에도 지지 않고
눈에도 여름 더위에도 지지 않는
튼튼한 몸으로 욕심은 없이
결코 화내지 않으며 늘 조용히 웃고
하루에 현미 네 홉과
된장과 채소를 조금 먹고
모든 자기 잇속을 따지지 않고
잘 보고 듣고 알고 그래서 잊지 않고
들판 소나무 그늘 아래 작은 초가집에 살고
동쪽에 아픈 아이 있으면 가서 돌보아주고
서쪽에 고달픈 어머니 가서 볏단을 져드리고
남쪽에 죽어가는 사람 있으면 가서 두려워하지 말라 말하고
북쪽에 싸움이 나 소송이 있으면 별거 아니니까 그만 두라 말하고
가뭄 들면 눈물 흘리고
냉해 든 여름이면 허둥대며 걷고
모두에게 멍청이라 불리는
칭찬도 받지 않고 미움도 받지 않는
그러한 사람이 나는 되고 싶다


 


 



 

여는 이야기_ 옐름 댄스, 나무의 노래

<이 더운 날에>라는 노래를 배워 함께 불러보고,
노랫가락에 맞춰 산들산들 춤도 춰봤어요.
생소한 이름인 ‘옐름 댄스’,
거창한 안무가 아니라 다함께 한 방향으로 걸어가며 손을 흔드는 몸짓!
어색한 것도 잠시, 노래를 부르며 몸을 움직이니
몸도 마음도 조금 더 가뿐해진 기분이었어요~

<이 더운 날에>
더운 여름날에 부는 이 바람은 어디서 오나
저기 저 산 위에 나무 나무들이 보내주었나
바람 한 줄기에 함께 불어오는 싱그러운 풀내음 으음
지친 내 마음도 어느새 미소 짓고 있구나
바람결 속에 들려오는 나무들의 이야기
우린 잘 있으니 너도 잘 지내렴 이 더운 날에
우린 잘 있으니 너도 잘 지내렴 이 더운 날에
 

자기소개
우엉: 저는 화명동에 사는 이서경이라고 하고요, 저는 파주에서 공부하다가 2019년에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현재는 사이버 대학에 입학을 했어요.
요즘에는 연결과 많이 떨어진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해요.
아무래도 계속 인터넷을 보면서 강의를 듣고 과제를 하면서, 방안에서 생활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예전에는 텃밭도 해 보고 싶고, 생태적인 삶도 살아보고 싶어서 그쪽으로 진로를 해볼까 고민하던 시절도 있었는데,
요즘에는 사이버 세상 속에서 연결이나 생태적인 삶과는 많이 연결되지 못하고 살아가고 있어요.
다시 이런 걸 들으면 어떻게 다시 연결해볼 수 있을까, 생각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하우정: 제가 어떻게 인연이 닿았는지 모르겠는데 맨발동무에 오고 이런 과정에 살아가니 꿈만 같아요.
영업을 오래 했어요. 그때는 뭐 때문에 돈 버는지도 모르고 그렇게 반복적인 생활을 하다가 2년 전에 직장 그만뒀어요.
그때도 이거 그만두면 내가 뭐하고 먹고 살까, 싶었고 주변에서도 많이 말렸어요.
그런데 희한하게도 먹고 살아지더라고요. 먹고 살만큼만 버니까 아끼게 되고.
저는 지금 제가 하나씩 저에 대해서 알아가고 있는데 너무 신기해요. 신기하면서 너무 감사해요. 이런 인연들이.
이렇게 만들어주는 맨발동무도서관에 진짜 감사해요.
여력이 되면 매월 자동이체도 하면서 돕고 싶어요.
애들하고 공부를 하면서 과학이라는 과목을 가르쳐도, 동물도 식물도 모르겠고,
그런데 그걸 외우게 하고 시험 치면서 자책감이 많이 들었어요.
틀리면 구박하고 그런 생활을 했었는데.
제 또래 중에서도 자연에서 자란 사람은 감성도 많이 다르구나 싶고.
제가 여기서 배워서 메마른 선생님에서 조금 깨치는 선생님이 되고 싶어요.

문경(캥거루) : 이 공부를 할까 말까 되게 많이 망설였어요.
사실 제 얘길 안 하고 싶어서 많은 걸 끊고 있는 상태예요.
지금은 저만의 시간과 리듬으로 살고 있어요.
지금은 익숙해져서 이 느린 시간이 너무 좋아요.
아이들하고 지내는 시간도 개인적으로는 만족하며 보내고 있는데, 마음 한 구석에 많은 것들이 요동치기 시작했어요.
마침 아이 학교에서 자원봉사로 텃밭을 신청했는데, 그러면서 손유진, 황경미 샘 만나게 됐어요.
자주 학교 수업에도 참여하게 되고 가끔 텃밭 돌보러 가고 하면서 공부라는 게 다시 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어요.
계기가 된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용기를 많이 냈어요.

최유림 : 저는 최유림이라고 하고요. 스무 살입니다.
고3 때부터 환경에 관심을 가지면서, 스무 살 되면서 부산 환경단체 기후용사에서 활동하고 있어요.
인디고서원에서 공부했는데 정세청세라는 단체인데 청소년들이랑 책 읽고 토론하는 활동을 하는 청년입니다.

부엉이 : 저는 김부련이라고 하고요. 작년에 길 위의 인문학을 하고, 제 일상에 소소한 변화들이 생겼어요.
텃밭을 친구들이랑 같이 하게 된 거예요.
제가 텃밭에 갈 때는 같이 농사짓는 친구들이 막걸리 가져왔다, 도시락 싸왔다 내려와라 이럴 때.
가서 막걸리랑 밥을 먹고 앉아 있다가 “갈게”하고 올라오는 그 정도인 것 같아요.
어제 오늘 올해 처음 물을 줘 봤어요.
어제 갔는데 놀라운 일이 있었어요. 텃밭에 새들이 물 먹고 가라고 해 놨더라고요.
같이 농사짓는 친구 중 한 명이 해놓은 거더라고요.
저는 시골에서 자랐어요.
세포 속에 생태 감수성이 있겠지만 그것이 좋다거나 회귀해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강한 사람은 아닌데
다만 저는 새들이 물을 먹고 가라고 얘기하거나 풀들조차 목마를 까봐 물을 주는,
자기 밭도 아닌데 와서 들여다보는 주변 친구들을 텃밭에서 만났어요.
생명에 순응하며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하고 연결되어 있을 때 편한 것 같아요.
그런 연결에 감사하고 소중하고 귀하고. 그런 것들을 계속 확인하고 싶은 마음.
그 마음이 텃밭이라는 공간인 것 같아요.
저 사실 1기인데, 어쩌다가 이 시간에 왔어요.
저로서는 되게 어중간한 시간. 일요일에 그나마 쉬나마 쪼개서 이렇게 와야 하는 게.
이 사람들을 같이 만나려고 내가 이 자리에 있구나, 그런 생각이 들면서
이 또한 텃밭과 같은 그런 시간이 6주간 나에게 열렸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작년에 1기를 하면서 저한테 놀라운 사건이 하나 생겼어요.
그때 제가 다급한 마음에 기도를 했어요.
길에서 사는 고양이가 구조돼서 저희 집에 와서 수술 받는 과정에서, 집에 와서 기도했어요.
두 가지 약속을 했는데 하나가 생명 앞에서 비겁하지 않겠습니다.
다른 하나가 제가 적어도 하루에 한 번은 나를 포함해 어떤 생명도 해치지 않고 살리는 일에 힘을 조금이라도 보태겠습니다.
그랬더니 90% 사망확률이 있던 고양이가 살았어요.
매일 아침 눈을 떠서 고양이를 보면서, 딴 건 모르겠지만 비겁해지고 싶지 않고 싶어요.
그런데 맨날 해쳐요.
그걸 좀 다듬는 시간이 이정호 선생님처럼 연결술사를 만나는 일 같아요.

데이지 : 작년까지 도서관에서 일을 하다가, 올해 이제 큰 결심을 하고 대학교에 입학을 하게 됐어요.
일주일에 한 번 도서관에 와서 일을 하고, 학기 중에는 대학교 수업을 들으면서 지냈어요.
코로나여서 학교에 가는 날이 한 다섯 번 되려나. 거의 없어요.
온라인으로 강의 듣고 줌 수업 몇 번 하고. 거의 평일에는 내내 집에만 있었어요.
그나마 나오는 일과가 일요일에 출근하는 날.
이렇게 6개월 가까이 지냈어요. 이렇게 지내다 보니 이게 사는 건가, 모든 선택이 다 후회가 되고.
왜 대학을 간다고 해서, 그냥 일이나 할 걸, 다 때려치우고 싶다, 그런 생각도 했다가. 그러면서 지내고 있어요.
방학이 되어서 그나마 도서관에도 좀 자주 오고 있어요.
시간 쪼개서 친구들이랑도 좀 만나보면서 지내고 있어요.
단절된 시간을 보내니까 좀 웃기긴 하지만 연결된다는 연결망?
이런 게 되게 나한테 엄청 필요하구나 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어떻게 하면 그렇게 살지? 예전에는 뭔가 다 연결돼서 살았던 것 같은데.
지금은 잘 안 되는 거 보면 방법을 잃은 것 같기도 하고. 고민을 하면서 지내고 있는데 잘 모르겠어요.
예전으로 돌아가야 하는 건지 새로운 뭔가를 찾아서 가야 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뭔가 방법을 찾고 싶습니다.

조명희 : 제 이름은 조명희입니다. 이 엽서를 받았을 때 제 스타일이라고 생각했어요.
제가 꽃이나 식물들 가꾸는 걸 좋아해요.
어딜 가서 꽃을 봐도 사진으로 찍고 싶고, 좋아서 어쩔 줄 모르는 것 같은데.
김해 대동에 살아요. 1,2층은 사무실이고 3층에 살고 있어요. 2009년쯤 이사 갔어요.
제 뜻과 관계없이 남편 일 때문에 가서 지금껏 살고 있어요.
사실 어릴 때 초등 3학년까진 시골에 살다가 부산으로 이사와 부산에서만 살았어요.
크면 시골로 시집가 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우연찮게 대동에 가서 텃밭이 있는 곳이라 가꾸며 살고 있어요.
작년까진 이 책에서 나오는 것처럼 쓸데없는 일을 너무 많이 했어요.
풀은 뽑아야 된다고 생각했고, 애를 써서 너무 힘들었어요.
작년은 배추를 심었는데 벌레들이 너무 많았어요.
배추의 형태가 없어질 정도로. 옆에 분이 벌레 약이 쳐줬는데 너무 깨끗하게 없어진 거예요.
그러면서 그 배추가 살아났거든요. 겨울에 그걸로 김장해서 먹었어요.
정말 약의 힘이 대단하더라고요. 죽어가는 배추들을 보며 힘들었어요.
그동안 10년 정도를 텃밭을 일구려고 했는데, 갈수록 풀, 벌레와의 전쟁에 지쳐 있었어요.
올해는 제 마음과 타인의 마음이 합쳐져서 그냥 버려두기로 했어요.
아무것도 심지 않기로 했는데 남편이 심고 그냥 버려뒀어요.
신기한 게 제가 늘 가꾸고 물주고 했을 때보다 더 건강한 거예요.
너무 놀라워요, 갈 때마다, 내가 안 심었지만 결과물들은 제가 따러 가는 거죠.
이렇게 간편하게 잘 자라는 걸 내가 너무 힘들게 살았구나.
선생님이 권해주신 책을 읽고 그동안 내가 정말 쓸데없는 일을 하며 살았구나, 했어요.
신청하게 된 건 1기에 했던 분들이 참여해보고 꼭 들어보라고 권해서 듣게 됐어요.

이정호 : 실을 써클에서 돌리는 걸 몇 번 해 봤는데 이런 디자인은 처음 같아요.
보통은 무의식적으로 별 모양을 만드시거든요.
제가 살아가는 데 있어서 영혼을 가꾸지 않으면 자꾸 길을 잃는 거예요.
어떻게 영혼을 가꿀 수 있을까. 그런데 밭에 가는 게 효과가 너무 좋더라고요.
다른 것도 너무 좋아요.
예술 활동하는 것도 좋은데, 밭에 가는 것 그리고 영혼을 가꾼다는 것 중 하나가 밭에 가서 농사지어서 먹잖아요.
그건 엄청나게 많은 감각을 깨워주는 것 같아요.
저희가 단절된 관계나 콘크리트 환경 속에서 살아가며 닫혀버린 감각들을 책을 통해서 또 같이 나누고 먹고 하면서
앞으로 한 6주 동안 그 감각들을 잘 찾아가봤으면 좋겠습니다.
 
두 가지 숙제를 드리려고 해요. 이 엽서에 보면 페이지 적혀져 있거든요.
자기한테 온 엽서에 적힌 페이지를 조금 더 깊이 읽어보시고, 나누고 싶은 문장을 적어와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또 하나의 숙제는 아이들이랑 수공예 수업을 해요.
저는 기후위기와 데이터들을 접하다 보면 삶 속에서 많은 절망을 겪잖아요.
10년 정도 선배들이랑 만나서 이야기하다 보면.
그 분들이 만들어가려 했던 정치, 생태, 공동체 이런 게 작동이 잘 안 돼서 좌절을 많이 해요.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희망을 만들어갈 수 있지, 이런 질문을 하게 돼요.
그건 아무리 생각해도 손과 발을 움직이는 것에서 희망이 있는 것 같아요.
아이들과 수공예를 하고 손으로 뭔가를 만들 때 아이들 눈빛이 바뀌어요. 집에 가셔서 시간 되실 때 바느질 해보시라고.


 




자연농 사진으로 토크피스_ 삶 나눔과 낭독
다큐 <자연농>의 사진엽서를 골라,
엽서에 적힌 글귀를 읽고
뒷장의 키워드를 따라 강사님이 나눠주신 글을 함께 읽었습니다.

“가난, 희망, 욕망, 생명, 질병, 친절, 마을, 공동체, 고통, 지옥”

김종철 선생님의 『근대문명에서 생태문명으로』에서 위의 키워드를 뽑아내
발췌해 오신 종이를 나눠주셨는데요.
함께 읽은 글 일부를 소개합니다.

<희망>
희망과 기대를 구분해야 한다.
희망이란 자연의 선량함에 대한 근원적인 믿음에서 나온다.
기대는 인위적으로 계획하고 통제한 것에 따른 결과에 대한 의존을 말한다.
자연과 인간은 기본적으로 선한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에 우리는 예측은 할 수 없지만 희망을 갖고 사는 것이다.
이 희망에는 늘 놀람, 경이로움이라는 체험이 수반된다.
이것은 시스템에서는 절대로 가능하지 않은 현상이다.
또한 더욱 중요한 것은 믿음이다.
믿음이야말로 궁극적으로 우리 모두의 희망의 원천이다.

<생명>
공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배움과 벗입니다.
무위당도 그렇습니다.
일찍부터 가난한 사람들이 살아갈 방법으로 협동운동을 제창하고 생명운동의 긴급성을 강조하고,
그 결실로 한살림이 만들어졌습니다.
관행농사를 짓는 농부들이나 아예 이런 문제에 무지하거나 무관심한 일반 소비자들을 깔보거나 우습게 여겨서는 안 됩니다.
조금이라도 엘리트 의식을 가져서는 안 됩니다.
무농약 농사나 유기농법보다 더 중요한 게 사람을 아끼는 것이라고 늘 강조했습니다.
함께 어울려 살자, 이게 무위당 생명사상의 핵심입니다.

<고통>
고통이 있고 아픈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사람들의 인간성이 유지되고 삶이 풍요로워진다.
이 세상에 약자와 병자가 없으면 보살핌과 친절과 환대라는 인간사회를 지탱하는 소중한 가치가 성립할 수 없다.
일리치는 삶의 기술이란 고통의 기술이자 죽음의 기술이라고 말했다.
평생동안 스스로 아파보지 않거나 아픈 사람을 돌본 경험이 없는 사람은 인간다운 삶을 살았다고 할 수 없다.

- 『근대문명에서 생태문명으로』(김종철, 2019)


 


 




이렇게 책 나누기를 마친 뒤에는
앞서 배운 노래를 다함께 한 번 더 부르고 2기 첫 모임을 마무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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