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의 인문학 전환, 지속가능한 삶으로 가는 길!
[나누다] 1·2기 세 번째 모임 - "포스트 코로나, 공동체와 연대"
강사 : 이정호(부산 온배움터 활동가, 대안학교 교사)
1기 : 2020.8.12[수] 14:00~16:00

2기 : 2020.8.12[수] 19:00~21:00

 
8월 12일 수요일 오후 2시와 저녁 7시,
길 위의 인문학 [나누다] 1·2기 세 번째 모임을 진행했습니다.
이정호 강사님과 함께하는 마지막 모임이기도 했는데요,
오늘 모임은 특별히 노래와 함께 시작했답니다.
4개 언어(한,중,일,대만)로 만들어진 노래 <천천히 가요>를
강사님께 배워서 같이 불러보았어요.  
 
 

♬ 천천히 가요
 
천천히 가요 천천히 가요
우리들은 분명 만날 거예요

천천히 가요
천천히 가요 걸어서 가요
살아가는 것을 할 수 있어요

천천히 가요
당신의 존재가 너무나 기뻐서
안녕을 말하는 것이
두려울 뿐이에요
 

가사를 보니 멜로디가 새록새록 떠오르네요!
강사님이 이 노래를 만난 건 2006년도에 떠난 ‘워크나인’ 이라는 순례였어요.
참가자 중 한 분이 순례가 끝나고 만든 노래라는데,
일본어로 만들어진 노래가 후에 한국어와 중국어로도 번역되었다고 합니다.
강사님이 한 소절을 부르면 참여자들이 한 소절을 따라 부르는 식으로
차근차근 노래를 불러가다 보니 낯설게 다가오던 음들이 어느 순간 익숙해지더라고요.
 
 
 

*동아시아 지구시민촌 회의 개막식에서 한,중,일,대만 네 언어로 부른
 캄페이의 ‘천천히 가요’ (유튜브 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_ltZNNm9dAg

3차시에 함께 나눈 책은
일본 애니메이션 감독으로 널리 알려진
미야자키 하야오의 <바람계곡의 나우시카>의 원작 만화인 『바람계곡의 나우시카』(1~7권, 학산문화사, 2008)와
이슬아 작가의 인터뷰집 『깨끗한 존경』(헤엄, 2020) 입니다.

강사님께서는 대학 시절 애니메이션으로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를 처음 본 후
‘나우시카’라는 인물에 푹 빠져서 여러 번 보셨다고 합니다.
그러다 올해 원작 만화를 읽게 되었는데,
애니메이션에서 생략된 다양한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어 무척 좋았다고 하셨어요.

[출처 : 네이버 영화]

오늘 강좌의 주제는 ‘우리 시대의 나우시카’ !

이어서 소개하신 책은 이슬아 작가의 인터뷰집 『깨끗한 존경』이었는데요.
인터뷰어로 나선 이슬아 작가뿐 아니라
그가 꼭 소개하고자 했던 네 명의 작가(정혜윤, 김한민, 유진목, 김원영) 모두
우리 시대의 나우시카 같은 인물들이라고 소개해주셨어요.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이야기를 조금 더 하자면,

이 작품은 지금으로부터 천년 후 미래를 배경으로 만들어진 만화예요.
미야자키 하야오가 상상한 천년 후 지구의 모습은

파괴된 자연환경 탓에 살아남은 땅이 얼마 되지 않은 디스토피아였습니다.

기후위기로 인한 폭우와 폭염, 화재, 바이러스로 몸살을 앓는 요즘,

미야자키 햐아오가 예측한 천년 후가 어쩌면 보다 빨리 우리 앞에 다가오고 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숨쉬기 어려울 정도로 심각한 대기 상태와

곳곳에서 벌어지는 전쟁 한가운데를 살아가는
바람계곡의 소인국 공주인 나우시카.
그는 타인과 동물, 자연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지니고는,
주변 강대국들과의 끊임없는 전쟁을 현명하게 헤쳐 나가는 인물이에요.

나우시카는 전쟁에 참여하느라 여러 나라를 방문해 많은 사람들을 만나는데요.
그 과정에서, 자신의 고유한 능력으로 사람들 마음속에 자리한 감정을 꿰뚫어봅니다.

그건 바로 허무였습니다.

이 거대한 오염과 전쟁 속에서 나 자신은 너무 작고 하찮다는 생각.

나 한 사람의 힘으로는 도저히 이 비극적인 상황을 변화시키기 어렵겠다는 무력감.

이것은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은 감정이에요.

나우시카는 사람들에게 퍼진 허무가 공기를 둘러싼 독보다도 더 강한 힘을 발휘함을 느낍니다.
강사님은 이 장면이 많은 공감이 됐다고 하셨어요.
하지만 그런 사람들조차도 나우시카를 만나면 서서히 변화된다는 사실!
그것이 강사님으로 하여금 나우시카에게 강하게 이끌리도록 만든 힘이었다고 해요.

나우시카는 어떤 힘을 지녔기에 사람들을 변화시킬 수 있었을까?

강사님은 늘 이런 질문을 안고 사시면서, 본인 역시 나우시카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을 품고 사셨다고 합니다.
그간의 삶을 돌아보니, 본인 안에 존재하는 결핍이나 절망 속에서
나우시카 같은 사람들을 만나고 싶어 찾아다녔던 것 같다고 말이지요.

강사님은 이 만화를
‘나우시카가 어떤 마음으로 전쟁에 임하는지,
또 사람과 자연을 만나고 교감하며 스스로를 치유해 나가는지에 관한 이야기‘
라고 정리해주셨습니다.

애니메이션을 본 적 있는 다른 참가자분들께서 감상을 나눠주시기도 했어요.
 
 

 
“대학생 때 봤는데, 잔인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 전에 본 일본 애니메이션은 다 귀엽고 그랬거든요.
그런데 이건 좀 전투적이고 잔인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요즘 우리는 계속 마스크를 쓰고 지내잖아요.
쓰지 않으면 살 수 없는 시대에 살고 있는데,
애니메이션 속 인물들이 방독면을 쓰고 있던 게 기억에 남아요.”

“저는 21년 전에 딸 낳고 봤거든요.
나우시카가 밀림에서 짠 하고 나타난 모습이어서, 처음에 전사인 줄 알았어요. 여전사.
제가 봤던 애니메이션하고 다른 느낌이었어요.
오랫동안 이 애니메이션을 계속 아름답다고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그때 봤을 때 ‘엄청 멀리 나갔다’고 생각했고,

역시 감독의 상상력은 대단하구나, 이렇게 기막힌 스토리로 이런 장면들을 만들어내다니, 생각했어요.

그런데 이제 현실이 된 거죠.”

“부회라는 곳이 독성도 나오고 오염된 곳이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까 숲을 해독시키고 있는 곳이었다는 게 인상 깊었어요.”

”저는 앞부분 조금밖에 못 봤지만
괴물 오무를 포함해, 주인공이 다른 사람과 동물들의 마음을 읽는 게 인상적이었어요.

사막여우도 기억에 남아요.”
 
 

*

지난 주 수업은 정창라 작가의 『밥 짓는 일부터 시작합니다』를 함께 나누었는데,
그 수업이 마친 다음날 바로 전라도 여행을 떠나셨다고 해요.

정창라 작가님도 오랜만에 직접 뵙구요.

목포 장흥 순천 등등... 가는 여행지마다 나우시카 분들을 만나고 왔다고 하셨는데,

듣는 것만으로도 가슴 설레는 여행기였습니다.
사진, 동영상과 함께 여행 여정을 소개해주셔서

눈과 귀가 모두 즐거웠답니다. :D
 
 

 주역 풀이
 

강사님께서 주역 책을 참고해 직접 그려오신 주역 카드로
재미있는 주역 뽑기도 했답니다.

강사님은 동아시아의 정신, 세계관으로 주역을 처음 접하게 되셨다고 해요.

점 치는 도구로 많이 생각하지만, 주역은 정말 점 치는 도구가 맞다,는 재미있는 말씀! :D

다만 점치는 행위가 오히려 겸손함의 한 표지라고도 하셨어요.

신영복 선생님 책에도 주역 이야기가 나오는데,

점치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착한 사람들이라는 말을 하셨다고 해요.

자신이 약하고 불완전한 존재임을 알기에

점 치는 행위로 답을 구하고자 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지요.

만약 주역이 점치는 행위로서의 의미만 지녔다면

동아시아의 뿌리로 자리매김하여 3000년 간 살아남지는 못했을 것입니다.

인간에 대한 이해가 풍부하게 잘 담긴 책이어서 오랫동안 사람들이 많이 찾는 책이 된 거죠.

말씀을 들어보니 주역은 겸허한 마음을 배우는 일과도 이어지는 것 같아요.

강사님께서 주역과 관련한 재미있는 일화도 들려주셨는데요.

어린 한 친구가 이런 고민을 가지고 주역 점괘를 쳐보았다고 해요.

“사람들 앞에서 노래를 할 때 너무 긴장이 된다,
귀신이 내 마음을 꽉 누르는 것 같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하늘의 지혜를 구합니다” 하고 던지곤 괘를 받아들자,

정말 신기하게도 자기 고민이 다 해결됐다고 해요.

정말 신기한 책이라고 말이지요!
그 친구는 그 뒤로 엄마랑 주역 노트를 만들어서 던지고 논다고 합니다.

저희도 오늘 자기 안의 질문을 떠올리며 카드를 뽑기로 했어요.

저희가 뽑은 카드는 강사님께서 <시로 읽는 주역>이라는 책을 참고하여 해설해주셨어요. 

의외로 자신의 질문에 길을 내어주는 해석들이 많아서
다들 신기해 하며 들었답니다.  

-

이렇게 이정호 강사님과 함께한 3주 간의 강의가 무사히 마무리되었습니다.
바느질하기, 음식 나눠먹기, 노래 부르기, 주역 카드 뽑기, 윤독하기, 질문하고 답하기.

다양한 활동들로 세 번의 만남을 알차게 보냈습니다.

포스트 코로나라고 하지만, 여전히 코로나와 함께 살아가는 이 시기에

우리 삶의 방식을 재고하고 각자 삶의 고민을 나누는 유익하고 즐거운 시간이었답니다.

3주 동안 농적 가치를 중심에 둔 마을살이 이야기부터,

강사님께서 관계 맺고 계신 다양한 네트워크를 소개받고

세밀한 이야기들을 들어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강사님께서는 전환의 삶을 꿈꾸고 살아가는 데 있어서
자기 시선을 확장하고 자기가 머무는 곳을 이동하는 능력,
실제로 작은 실천들을 해 나가는 것들이 두루 중요하다고 느끼신대요.
전환의 삶에서 가장 많이 생각하고 계속 마주하는 지점은
‘관계’에 대한 부분인 것 같다고 말하신 내용도 기억에 남습니다.

우리는 뼛속 깊이 개인주의적 사고와 논리 속에서 자라왔기 때문에 혼자 하는 실천은 지속가능하지 않고,

그렇기에 전환의 삶을 살아가는 것만큼 그런 삶을 함께 나누는 게 필요하다는 이야기였어요.
이 시간을 계기로 각자의 삶을 나누고 이어지는 경험들을 더 많이 확장해나가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3주 간 애써 주신 이정호 강사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